내 사랑, 가을.

2023. 1. 19. 19:46카테고리 없음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나는 내 사랑 가을이는 작년 10월 10일 새벽에 별이 되었다. 3개월이 지났고 백일이 지났다. 여름 내내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2022년은 끝까지 함께 보낼수 있을거라고 자신했고, 가을이가 내곁을 떠날거라는 생각을 멀리했기에 더욱더 슬펐고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내 평생 이렇게 가슴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야겠지만... 정말 너무너무 가슴이 아프다.

2020년 8월부터는 거의 매일 붙어있었지만, 가을이가 나를 기다린 세월이 6년이 넘는걸 알기에, 그게 또 미안하고, 매일매일 너무 이쁘고 마음껏 사랑해주었지만... 몸이 안 좋은 아이가 실외배뇨만 고집해서 겨울, 여름 밤낮으로 데리고 나가야 했는데, 그 새벽에 일어나는건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갔는데 오줌을 싸지 않고 배회하면, 그땐 가을이가 밉기도 했다. 안 마련워서 그런걸텐데, 혹시 마려우면 어쩌나 마음이 너무 쓰이고, 또 그럴땐 집에 돌아와 바로 잠들지 못하고 이곳저곳 부딪히는 가을이를 보는게 너무 속이 상해,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했었건만, 인상을 찌푸리고 툴툴거렸다. 덥고 습하고 온갖 벌레들이 괴롭게 했던 2022년 여름이 끝나가고, 드디어 다니기 좋은 가을이 오고 있어서 함께 다닐 생각에 기뻤는데... 우리 가을이가 가을이 시작되자 떠나버렸다.

떠나는 날, 비가 줄줄 내렸다. 오후에 같이 출근했는데 가게가 정말 너무너무 바빠서 얼굴도 못 들여다보고 정신없는 저녁을 보냈다. 7시쯤 겨우 짬이 나서 델고 나갔는데 또 오줌을 안 싸고 비를 맞으며 배회하길래 툴툴대며 다시 데리고 왔다가, 9시 넘어 바쁜게 끝나서 다시 데리고 나갔다 왔다. 비가 많이 와서 우비도 입히고 물 웅덩이를 밟고 다니는게 귀엽다 생각하고, 산책을 못해서 좀 안됐지만 한편으론 피곤한데 다행이라 생각하고 잽싸게 들어왔다. 보통 11시 조금 넘어 퇴근하는데 정리할게 많아 12시 넘어 집에 가게 되었다. 9시에 오줌을 눴으니 그냥 집에 데려가면 좋았을텐데.. 혹시 몰라서 그리고 새벽에 또 나오기 싫은 마음도 있고 가을이를 아파트 현관 근처에 한번 더 내려 놓았다. 냄새도 맡고 괜찮아 보였는데 또 기침이 시작됐다. 정말 수십번도 넘게 기침하고 쓰러져도 일어나준터라 이번에도 설마 괜찮겠지 했는데, 또 넘어갔다... 금세 일어나 주었지만 똥도 지리고, 생전 그런적이 없는데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흥분해서 짖기 시작했다. 새벽이라 주변에 피해가 갈까봐 못 짖게 했지만 흥분이 가라앉질 않았다. 싸매고 집으로 잽싸게 뛰어올라왔는데 집에서도 짖고, 치매 증상이 심해진건가 왜저러지, 아유 이제 별걸 다하네 그런 생각을 하며 치매약 받아놓은걸 더 먹어야 하나 뭐 그런 생각만 했지, 그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러는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가을이가 얼마나 내가 답답하고 미웠을까. 가을이를 그렇게 오랜 세월 같이 했는데, 그렇게 짖는걸 생전 처음 봤다. 왜 그게 힘들어서 그러는 거라고, 병원에 데려갈 생각을 전혀 못했을까.
조금 심해져 가는 치매때문이라고만 생각했지...

겨우 달래서 재웠는데, 이날 너무 졸려서 눈 감고 머리는 넘어가는데 그러다 갑자기 화들짝 깨고 짖고, 다시 잠들고 여러번 그랬는데... 얼마나 아프면 그랬을까.
작년 7월부터 심장약도 추가됐는데, 내가 그날 약을 안 먹여서 그랬을까. 그날 내가 집 앞에서 내려놓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힘들어 하지는 않았을까. 지금도 자꾸 그날의 내가 결국은 가을이를 힘들게 보낸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왜 그렇게 오래 같이 지냈는데 전혀 몰랐을까.

힘들게 잠든 가을이를 보며 나는 치매걸린 강아지가 짖는다는 증상을 찾아보다 2시쯤 잠이 들었다. 4시 좀 안돼서 가을이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평소랑 다르게 숨도 가빠했다. 왜 나는 그때 병원으로 가지 못했을까. 이번에도 가을이가 이겨내 줄거라 믿었고, 늘 그랬듯 진정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평소와 너무 달랐는데, 미련하게 한시간동안 애를 쓰다듬어주고 호들갑만 떨었다. 산소스프레이도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아두기만 하고 왜 사질 않았을까. 그게 있었으면 좀 나았을까. 미련하게 고무통으로 바람을 짜주었는데 가을이가 그 힘든 와중에 코를 갖다댔던게 아직도 생생하다. 왜 미련하게... 병원에 가기로 그렇게 늦게 결정했을까. 5시 좀 넘어 출발한 24시 병원은 제일 가까운데도 차로 30분 거리였다.

왜 새벽에 그리 많은 신호에 걸렸을까. 엄마는 왜 쪼롱이를 데려가겠다고 했을까. 네비가 왜 병원 뒤쪽 골목으로 우리를 안내했을까. 가을이는 이미 병원 가기 직전 마지막 교차로에서 고비였는데, 왜 나는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까.
병원은 왜 2층이었을까.
5분만 더 일찍 출발했다면 응급처치 받고 괜찮아졌을까.
8월초에 동생이 구조한 쪼롱이와 함께 살게 되어, 혹시 서운한 맘이 들었을까.
너무 미안하다.
나의 미련한 선택들로 가을이를 더 힘들게 했다.

나중에 정말 다시 만날수 있을까.
그런거 믿지 않았지만, 이제 정말 간절하게 믿고싶다.
이렇게 소중한 존재가 떠나고 이렇게 힘든데, 이보다 더한 이별을 겪은 사람들은 대체 얼마나 큰 슬픔을 품고 사는걸까.
가을이가 내게 준 사랑은 평생 잊을수가 없겠지. 그 받은 사랑만큼 마음이 아픈가보다.
평생 아프겠지. 정말 꼭 만나고 싶어.
가을이가 언니 기다린것처럼 언니도 가을이 기다릴게.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내 사랑. 곧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