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ers Arms Hotel @Fitzroy

2018. 5. 8. 20:31Eat


호주에 있다보니 소고기가 돼지고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 스테이크를 자주 먹게 된다. 물론 내 마지막 목표는 고기를 안 먹는 거지만, 아직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조금씩 줄이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삼십년 넘게 먹어온 걸 한번에 끊기가 참 쉽지가 않습니다요. 잠정적 채식주의자의 구차한 변명...) 


날씨도 쌀쌀하고 오랫만에 펍에서 스테이크를 먹어도 좋겠다 싶어 친구와 함께 피츠로이(Fitzroy)에 위치한 펍을 찾아갔다. 호주 대부분의 펍에서는 요일마다 스페셜 메뉴들이 정해져 있어서 저렴한 가격에 맥주나 와인이랑 가볍게 먹을 수 있다. 펍마다 건물 밖 보드에 스페셜을 적어놓고 홍보를 한다. Steak Night~ Parma Night~ 이런식으로 되어있고 보통 $15~20 정도. 요런 펍들이 꽤 많은데, 오늘 가기로 한 곳은 지난 번에 지나가다 본 스타일리한 정육점 Meat Smith의 포터하우스 고기를 제공한다고 해서 더 끌려서 가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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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t Smith는 호불호가 갈리는것 같긴 하던데, 인테리어며 포장을 워낙 잘해서 가격이 비싸니까 그에 따른 불만들이 있는듯. 나도 아직 가난한 학생이라 그런데서 고기를 구입할 형편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나는 예쁜 모든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일단 예뻐서 좋다. 점심에 샌드위치를 팔던데 집이 멀어서 글치, 가까웠더라면 종종 갔을듯. 북쪽 동네에 핫하고 새로운 곳들이 참 많아서 그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데, 내가 사는 남쪽이랑 참 멀다. 한달에 한번 맘먹고 가는듯. 그래도 앞으로 멜번에 있는동안은 부지런히 움직여 봐야지. 다 경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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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저(Windsor)에 있는 Mt. Erica Hotel이랑 같은 계열인듯 하다. 뭔가 검색하면 같이 뜬다. 예전에 걸어다닐때 종종 보던 곳인데,오래된 펍 분위기여서 그냥 지나치곤 했었다. 나도 맥주를 즐기지 않았던지라. 지금은 즐기기만 하고 못 먹는 건 똑같지만 ㅎㅎ 언제인진 모르겠는데 리모델링을 멋지게 해서 채플스트릿에 핫한 젊은이들이 드나드는듯. 평일 저녁이었던 것 같은데 북적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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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보통 호주 펍은 이름이 호텔인데, 예전에 주류법때문에 호텔도 같이 운영하던 시절이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라. 아래는 펍이고 주로 위에 호텔 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얼마전 시드니에서 갔던 펍에는 진짜 윗층에 숙박시설이 있어서 놀랬었지. 자주 가지 않는 곳이라 정보가 부족하지만 이제 앞으로 서서히 조사를 해보겠다. 흐흐.


본론으로 들어가면,Builders Arms Hotel은 7시쯤 도착했더니 월요일 저녁이라 엄청 한산한 분위기. 좀 큰 테이블에는 레이지 수잔, 중국집에 있는 뺑뺑이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고, 생뚱맞게 조그마한 수족관이 두개가 있었는데 한편에는 관상용 물고기가, 또 한편에 전복들....이 붙어있었다. 파란 불을 뿜어내서 밥을 기다리는 내내 시선을 빼앗겼다. 야외 자리가 분위기가 좋아 보이긴 했지만, 요새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엄두도 못냈다. 게다가 뜨거운 음식 빨리 식는거 세상에서 젤 싫음. 내부도 수족관을 제외하면 깔끔한 분위기. 사진은 안 찍었지만. 그림들이 뭔가 중국 현대 미술 작품같은 게 걸려있다. 주방도 꽤 커보였고 전기 밥솥이 나의 시선을 또 한번 강탈. 아 고기는 야외에서 직화로 굽더라. 귿. 


스테이크가 $15, 나는 피노누아 한잔을 $9에 시켰고 친구는 맥주를 시킴. 다양한 가격대가 있었다. 둘러보니 모두들 스테이크 저녁을 먹으러 온듯. 8시쯤 되니 조금 북적이기 시작. 고기는 맛있었고, 접시가 작아서 좀 옹색해 보이긴 했지만 가격대비 만족스러운 식사. 생전 처음 보는 풀떼기가섞여나와서 당황했는데 맛도 좋았다. 제대로된 음식을 시키면 엄청 잘 나올것 같은 느낌. 못 물어봤는데 아직도 그 풀 이름이 뭔질 모르겠다. 조만간 만날 수 있겠지. 새로운 식재료를 접하는 일은 늘 즐겁다.



올해 초에 방문했던 Fitzroy Town Hall Hotel 얘기도 나중에 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