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paca Farm, Harcourt North, Victoria

2019. 1. 3. 22:38Travel

 

2019년 1월 1일의 일출! Happy New Year!

새해를 맞이해서 근교 에어비앤비 - 엄밀히 말하자면 여긴 상업적인 - 비앤비를 다녀왔다. 
친구 스케줄이 확정이 안 나서 막판에 예약했더니 가고 싶었던 집들은 이미 품절. 엄청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알파카 농장을 선택하게 됐다. 여름인지라 바닷가 근처로 가고 싶었는데, 친구가 감기로 아팠고, 멜번 일기예보를 보니 날씨가 흐리길래 이런 결정을 내렸는데, 옴마나... 어찌나 타는듯이 뜨거운지... 느오.
 
북쪽으로 한시간 반 거리의 동네인데 이렇게 날씨가 다르다. 바다가 접해있는 남쪽과는 다르게 북쪽으로 가면 갈수록 건조한 풀과 나무를 접하게 된다. 푸르른 느낌보단 누런 느낌. 그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지만, 남쪽을 드라이브하며 느끼는 우와~ 싱그럽다 하는 감탄사 대신 뭔가 계속 건조해 보여...이런 얘기들을 한듯.
호주가 물부족 국가인게 실감이 났다.
 

끝이 없을것만 같은 들판과 알파카찡.

도착하니 주인장 아주머니가 남남커플에게 시설을 설명하고 있었는데, 예상했던 대로 여여커플이 운영하는 농장이었다. Love is love니까 상관은 없었지만, 친구와 나도 여여 조합이라 기분이 상당히 복잡했음. ㅋㅋㅋ
우린 시스터야라고 했지만......
되게 중심가랑 떨어진 곳이라 왠지 모르게 최근에 다시 봤던 브로크백마운틴 영화가 생각났다.
 
시설은 사진이랑 같았고, 다 좋았는데 티비가... 티비가 너무 작고 장식장 안에 들어가 있어서 좀 보기 괴로웠다. 하지만 한편으론 티비 보는걸 지양하라는 깊은 의미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80~90년대 음악과 영화를 다시 한번 감상하며 아날로그 빈티지 라이프를 체험했다. 오랜만에. 진짜 아주 오랜만에. 
 

청소년 알파카찡들.
임산부 알파카찡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여긴 알파카와 들판이 메인이었기 때문에 그걸로 보자면 100점짜리 숙소였다. 아.. 근데 털이 밀려있었기 때문에 -10점... 그래도 귀여웠어. 만질수도 있고 황송했다.
 
진짜 원없이 본듯. 평화로운 풍경과 청소년 알파카들의 삼각관계와 몸싸움, 비음 섞인 애교 (흐응~ 흐응~ 이런 소리를 낸다) 떼로 달려오는 모습 등등.. 진짜 그 장면은 잊지 못할듯. 알파카는 사랑이야.
 
들판은 정말 건조해보였지만 바람이 불땐 정말 아름다웠는데, 뱀이 나올수 있다고 해서 행동반경이 짧아 아쉬웠다. 나름 전망을 즐길수 있는 벤치에서 끝없는 언덕을 내려다 보는데, 되게 알파카 행성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왠지 아무도 없고 친구랑 나랑 알파카만 있는 기분.
역시 연인이 오는 곳이었나 봄.
 

라벤더가 엄청 싱싱해. 근데 벌들이 진짜 수백마리 있는듯.
네스호의 괴물이 나올것만 같은 풀장.

 
나름 수영할수 있게 연못이 있었는데, 아무것도 살지 않는다고 했지만, 뭔가 네스호의 괴물같은게 들어있을것 같은 물색깔이라 차마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비치의자에 누워 버드나무 그늘아래서 물을 먹는 제비랑 저 멀리 캥커루 가족을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왠지 이런곳에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는데, 이번 체험을 통해서 깊은 고독감을 아주 잠깐 느꼈다.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초승달이 떠서 별들이 아주 잘 보였는데, 은하수를 볼수 있어서 행복했다. 별똥별을 기다릴만큼 참을성있게 보진 못했는데, 혼자 오밤중에 나와 있으니까 무섭기도 했고, 자꾸 뭔가 나올것 같은 기분. 나중에 손 꼭잡고 애인이랑 별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모로 이 숙소는 외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달까... 그래서 새해 목표를 결혼으로 잡게 된걸까. 하하.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
 


흐응흐응 알파카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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