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일드 Wild

2024. 4. 9. 14:29Daily Moments

넷플을 뒤적이다가 리즈 위더스푼이 나오길래 보기 시작했는데 기대했던것보다 더욱 여운이 많이 남는 좋은 영화여서 몇줄 기록해보고 싶어졌다.

엄마를 잃은 충격에 PCT 하이킹을 시작한 여자 셰릴에 대한 이야기이고, 원작이 책으로 있는 실화라고 한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에 대한 기본 정보가 없어서 찾아보았는데 멕시코국경에서 캐나다국경까지 무려 4270km를 종단하는 코스이다. 멜번에서 케언즈까지도 3000km이고, 서울에서 부산도 320km라는데.. 감히 상상도 안 되는 거리이다. 셰릴이 3개월 이상을 걷기도 했고, 사막에 눈밭이 나와서 계절이 바뀐건가 했는데, 미국 최남단에서 최북단이라니!!! 그제서야 아~ 미국이 얼마나 광활한 나라인가 실감이 될 지경.

엄마에게 모질게 대하고 화내고 짜증내도, 셰릴의 엄마는 마치 우리 모두의 엄마처럼 그걸 다 받아주고 보듬어주고 사랑해준다. 그런 사랑을 받았기에 셰릴이 온갖 방황을 이겨내고 다시 혼자 설수 있었겠지. 진짜 어떻게 엄마들은 못된 자식들도 그렇게 사랑할수가 있을까.  

셰릴의 기억이 플래시백으로 조각조각 나오는데, 특히 엄마가 같은 학교를 다니며 행복하는 모습과 그냥 아는 사람인냥 대하는 딸을 기쁘게 대하는 장면도 가슴이 찡했다. 불행 속에서도 매일 작은 행복을 하나씩 찾으려고 애쓰는 반짝이는 사람으로 그려지는데, 그래서 더욱 그 짧은 인생이 슬프게 다가왔다.
나도 종종 엄마의 인생의 너무 슬프고, 그래서 자꾸 속상하고 화가나고, 음.. 악순환이네?

저런 몹쓸 딸을 다 봤나라고 할수가 없는게 더하면 더 했지 나또한 상냥하고 살가운 딸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늘 엄마가 힘들어하거나 속상해 하는 모습을 보면 남들에게 하듯 따뜻한 말 한마디 하는 게 아니라 버럭 화를 내게 되는 걸까. 진심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화가 난다. 물론 속상한 마음과 함께.
얼마 전에 들었는데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인 엄마를 다른 대상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나라고 인식 하기 때문에 통제가 안 된다고 뇌에서 받아들여서 화가 나는거라는데… 음.. 나한테는 한없이 관대한 인간이라, 이 양면성은 뭐지. 여튼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진짜 쉽게 고칠수가 없다.

셰릴이 비록 힘든 환경이었지만 엄마와 함께했던 순간을 떠올리는 장면들이 많이 비춰지는데, 그때마다 아, 어쩌지, 엄마가 없으면 어쩌지 그런 생각들이 들면서 가슴이 먹먹하고 후회스러웠다. 이제 나도 마흔 중반이 코 앞이거늘, 아직도 철이 들지 못하고 왜 서로의 시간이 영원할것처럼 막 대하고 후회하는지 참.. 이런 영화를 보거나 하면 그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또 현실에선 똑같이 화를 내고 후회하고..

영화에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는데 비가 오는 트레일에서 할머니와 걷던 어린아이가 자기 엄마가 가르쳐준 노래라며 이 곡을 불러주는데, 셰릴과 함께 나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

From this valley they say you are leaving.
We will miss your bright eyes and sweet smile,
For they say you are taking the sunshine
That has brightened our pathway a while.
So come sit by my side if you love me.
Do not hasten to bid me adieu.
Just remember the Red River Valley,
And the cowboy that loved you so true.
- The Red River Valley, Gene Autry

셰릴이 방명록과 일기장에 책에서 인용한 문구들을 적는데 그것들도 좋아서 원작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직 사놓고 못 읽은 책들도 쌓여있는데 게으른 내가 언제쯤 읽을까 싶어, 마음이 몽글몽글 말랑말랑 할때 기록.

생각하고 반성할 겨를없이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 가는데 중간에 이런 영화를 만나면 잠시 멈춰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싶다. 그래서 사람들이 주말마다 교회나 성당 혹은 절에 가는 건가? 1년이 52주인데, 365일 중에 적어도 50번은 스스로 돌아볼 시간이 필요해서? 응? 결론이 왜? 이렇게 가는거야?

음. 대신 일주일에 한번은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줘야겠다. 이번주부터 챌린지 시작. 달력에 알람 설정. 잘 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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